필자는 세계 최대의 병원인 미국 Mayo Clinic에서 약 2년간 흉부외과의 일원으로 수련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날 대동맥 수술의 대가인 Dr. Sudnt와 함께 외래를 보고 있었는데 그는 대동맥류 환자와 면담을 할 때 항상 환자의 CT결과를 함께 보면서 크기를 측정하고 설명을 했다. 그날 진료를 본 환자의 대동맥류 크기는 약 5.3cm였다. 며칠 뒤로 수술 날짜를 잡은 후 그 환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우리는 그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대동맥 파열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언론에서 귀가 아프게 강조하는 것이 바로 고혈압, 동맥경화의 예방이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직장인들이 회식을 할 때 한번에 10,000 cal 정도를 섭취한다고 보도된 것을 봤다.
10,000 cal 면 왠만한 성인이 일주일을 나눠 먹어도 견딜 수 있는 열량이다. 이렇게 과잉 섭취된 에너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고혈압, 동맥경화 등 혈관과 관련한 수많은 병을 일으키는데 대동맥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동맥은 우리 몸의 혈관 중에 가장 큰 혈관이다. 직경이 약 2.5-3cm 가량이며 심장에서 시작하여 가슴을 거쳐 배로 내려 오며 배꼽 근처에서 양쪽 다리로 갈라 지게 된다.
심장에서 펌프질 한 혈액은 상행대동맥, 대동맥궁, 하행대동맥의 순서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혈관 가지들을 내어 우리 몸에 골고루 혈액을 배분한다. 대동맥 전체를 보면 마치 지팡이를 닮았다.
대동맥류는 대동맥이 정상 크기와 달리 지나치게 커지는 병이다.(그림)


대동맥류 역시 주로 고혈압, 동맥경화로 인해 일어나며, 유전적인 성향도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흉부에서 발생하는 경우 흉부대동맥류, 복부에서 발생하는 경우 복부대동맥류라고 불린다.
가끔 마른 체형의 분들이 ‘배에 퉁퉁 뛰는 덩어리가 있어요’ 라며 외래를 방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복부대동맥류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가끔 흉통 또는 복통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발견이 어렵다.
그래서 이미 꽤 커졌을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커진 혈관이 점점 더 커지다가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갑자기 터진다는 점이다.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확률이 높고, 실제로 대동맥류가 파열되었다고 하면 손을 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동맥류는 치료가 간단한 병이 아니다. 따라서 대동맥류 진단을 받았을 경우 주기적으로 CT 등을 통해 그 크기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철저한 혈압 조절과 혈중 지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가 5-6 cm 이상에 도달하면 파열의 위험이 높아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텐트 그래프트 (stent graft)’ 라는 도구를 대동맥 내부에 넣어 치료하는 stent 삽입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 치료 결과도 우수하다. 대동맥류는 파열 전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월등히 좋은 예후를 보이므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Tip. 대동맥류는
- 가족 구성원 중 동맥류 질환이 있었다면 다른 가족들의 발생 위험도 높습니다.
- 여성보다는 남성이, 비흡연자보다는 흡연자가 위험도가 높습니다.
-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고 건강검진 등 다른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중앙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