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탈모의 계절?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홍창권> 교수
여름의 강한 자외선과 높은 습도와의 전쟁을 치른 후 돌아오는 가을은 줄어든 일조량과 쌀쌀한 기온 때문에 계절적으로 평소보다 탈모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평소 탈모증상이 없던 정상두피도 이 기간에는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게 되는데, 계절적인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관리와 예방에 신경을 써주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가을철 특히 심해지는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두피 건강관리법과 관련해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홍창권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알아보도록 하자.
■ 가을철에 탈모가 심해지는 이유는
모발에는 사이클이 있다. 모발(머리카락)은 활발히 자라는 생장기, 성장을 멈추고 빠지는 휴지기, 생장기에서 휴지기로 바뀌는 퇴행기 이렇게 3단계로 진행한다. 모발의 일생에서 가장 긴 시간은 생장기로 평균 3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그 이후 3주간의 퇴행기를 거쳐 3개월 정도 휴지기를 가지면서 빠지게 된다. 이와 같은 사이클을 갖는 모발은 계절에 따라 변화를 보인다. 봄철에는 상대적으로 생장기의 비율이 늘어나고, 여름에는 성장속도가 빠르며, 가을철에는 퇴행기로 바뀌는 모발이 많아진다. 따라서 가을철에 퇴행기를 거쳐 휴지기에 접어든 모발이 일시적으로 더 많아지므로 탈모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흔히 언급하는 남성형·여성형 탈모증은 안드로겐 탈모증에 속한다. 안드로겐 탈모증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 탈모증으로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된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모낭의 5-알파 환원효소(5-α reductase)에 의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dehydrotestosterone)으로 바뀌면서 유발된다. DHT는 모낭의 단백질 합성을 저하시켜 모낭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소형화 현상을 유발해 모발이 가늘어지게 만들며, 모발의 생장기는 줄어들고 휴지기가 늘어나게 하여 탈모가 발생하도록 한다.
남성에서는 이마와 정수리 부분에 5-알파 환원효소가 많이 존재하여 DHT가 많이 생성되므로 이 부분에 탈모가 발생하고, 여성에서는 정수리부분에만 5-알파 환원효소가 주로 존재하므로 이마 부분의 머리는 남아있고 정수리 부분의 머리가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가을철에 증가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어 실재로 가을철 탈모가 남성호르몬의 증가에 의한 휴지기 모발 증가에 기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들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밖에 여름철에 자외선이나 땀 등에 의해 머리카락과 두피가 손상 받게 되어 이로 인해 가을철에 탈모현상이 더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 탈모의 진단 (또는 자가진단법 / 의심 증상)
먼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탈모증상인 안드로겐 탈모증(남성형·여성형 탈모증)의 전조증상은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현상으로 이렇게 가늘어진 머리는 굵은 정상 머리카락보다 약해서 쉽게 끊어질 수 있다. 또 탈모가 시작되면 모발의 생성과 퇴화 과정의 사이클이 단축되면서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이 빠지기 시작한다. 머리카락이 하루에 50-60개 정도까지 빠지면 정상으로 볼 수 있지만 80개 이상 빠지면 탈모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즉 머리를 감은 후 끊어지거나 빠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봤을 때 한 움큼 정도가 잡혔다면 탈모를 생각하여야 하며, 유난히 머리카락이 가늘어 졌다고 생각되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베게에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으면 탈모가 시작되고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남성에서 나타나는 탈모는 이마의 양쪽 끝부분의 모발이 빠지면서 이마선이 올라가 M자 형태를 보이고, 정수리의 머리도 같이 빠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여성형 탈모의 경우 이마 선은 유지된 채 정수리의 머리숱이 전반적으로 적어지는 형태를 보인다.
원형탈모증은 자기 면역세포가 자신의 모낭을 공격하여 발생하는 즉 자가면역에 의해 발생하는 탈모로 두피에 원형 내지 타원형의 탈모반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며 대개 직경이 3~4cm 이내인 1~2개의 탈모 반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두피 전체에 여러 개의 다양한 탈모반이 발생하고 나아가 전 두피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전두탈모나 전신의 모발이 빠지는 전신탈모로 진행되기도 한다.
휴지기 탈모증도 흔한 형태의 탈모증 중 하나로 머리가 빠진 곳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머리를 빗거나 감을 때 전체적으로 많이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출산, 무리한 다이어트, 수술, 전신질환 등 다양한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생기는 탈모증으로 휴지기 모낭이 정상인에서는 10%정도인데 반하여 20~30%, 심하면 50%까지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 탈모의 치료
탈모의 치료법은 탈모의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에 이은 조기 치료이다. 치료를 늦게 시작할 경우 질병이 진행되어 모낭이 이미 죽어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진다. 또 탈모는 단시간에 치료되지 않으므로 중간에 중단하지 않고 꾸준하고 끈기 있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남성형 탈모증의 치료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공인한 치료제로는 먹는 약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와 듀타스테라이드(dutasteride), 바르는 약 미녹시딜(minoxidil)이 있다. 피나스테라이드와 듀타스테라이드는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여 탈모를 촉진시키는 남성호르몬의 대사산물인 DHT의 생성을 감소시켜 탈모치료에 효과를 나타내게 한다. 미녹시딜은 두피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 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탈모치료에 효과를 보인다.
여성형 탈모증의 치료에는 현재까지 남성형 탈모에서처럼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피나스테라이드와 듀타스테라이드 같은 치료약은 없다. 하지만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이나 여성호르몬 유도체인 알파트라디올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뇨제로 개발된 스피로노락톤(spironolactone)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작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사용되기도 한다. 이 밖에 모낭주위주사나 광선치료, 레이저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앞에 언급한 치료들과 병행하기도 한다.
안드로겐 탈모증의 치료로 모발이식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적게 받는 후두부의 모발을 탈모부위에 옮겨 심는 것으로, 이식된 모발은 공여부인 후두부의 성향을 가지므로 시간이 지나도 빠지지 않고 많은 수가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모발이식은 금전적인 부담과 수술후유증 등을 잘 고려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원형탈모증의 치료로 탈모 반이 작거나 수가 적을 때 탈모 반 부위에 국소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병변내 주사요법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으며, 국소 스테로이드연고 또는 미녹시딜을 바르거나 국소 면역요법을 시행한다. 국소 면역요법은 DPCP(diphenylcyclopropenone)이라는 화학물질을 탈모 부위에 발라서 접촉 피부염을 일으켜 발모효과를 기대하는 치료법이다.
원형탈모증이 아주 급격하게 악화되거나 광범위한 탈모 증세를 보일 때 전신 스테로이드 고용량을 단기간 투여하는 ‘고용량 펄스요법’을 쓰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고용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입원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찾아내어 교정할 경우 원래 상태로 돌아오므로 유발 인자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예방법, 예방 위한(또는 치료 후) 생활습관
탈모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소인은 타고나는 것이므로 조절할 수 없지만 탈모에 이차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식습관이나 모발관리습관의 개선 그리고 스트레스나 술, 담배와 같은 악화 요인들은 차단할 수 있다.
음식은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고, 동물성 기름과 당분이 들어있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자연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무리한 다이어트는 하지 않아야 한다.
머리감는 횟수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하루나 이틀에 한번 감는 것이 좋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결히 한다고 하루에 두 번 이상 감는 것은 좋지 않다. 새벽 한 두시에 피지분비가 가장 왕성하므로 가능한 머리는 아침에 감는 것이 좋고, 젖은 머리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말고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하며 드라이어는 머리카락으로부터 5-10cm 정도 거리를 두고 너무 뜨겁지 않은 바람을 이용하여야 한다. 빗질은 폭이 넓고 빗살의 끝부분이 뭉툭하고 부드러운 빗을 사용하여 머리카락이 자라난 방향으로 뿌리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빗어야 한다.
머리는 비누보다는 샴푸로 감는 것이 좋다. 최근 탈모에 좋다는 고가의 기능성 샴푸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샴푸는 탈모예방이나 치료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샴푸를 사용해도 좋다.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스트레스와 탈모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보고가 자주 나오고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있을 때 이를 묻어 두지 말고 가능한 이를 빨리 해소시키는 것이 모발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밖에 모발 건강과 탈모예방을 위하여 과음은 삼가고, 흡연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