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은 좌심실 근육이 비대(hypertrophy)되고 두꺼워지는 선천성 질병입니다. 과거에는 극히 드문 병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과 중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시아인의 유병률이 미국의 유병률(약0.2 %, 500명당 한 명)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병의 심각성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급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또한, 유전적인 성향이 있어 가족에 대한 검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중요하죠.
비후성 심근병증이 있는 환자는 호흡곤란, 흉통, 어지러움,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실신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는 우선 내과에서 약으로 치료를 받게 되는데 많은 경우에 있어서 약제들이 증상호전에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약물 치료가 급사의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심근절제술의 대상이 되는 환자는 혈액 유출로(left ventricular outflow tract,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로 심근이 두꺼워져 있으면 막히게 됨)의 폐쇄가 있는 환자들 입니다. 최근 5-10년 사이에 새로이 밝혀진 사실은 약 60-70%의 환자들이 심각한 혈액 출구의 폐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혈액 출구의 폐쇄는 변화무쌍한 소위 ‘다이나믹’ 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놓치기 쉽습니다. 평상시는 괜찮다가도 평상시보다 심장의 운동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출구가 더 좁아지는, 따라서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특성 때문에 운동부하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의 특수한 검사를 시행해야 혈액 출구 폐쇄를 제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심근절제술이라 불리는 수술은 가슴 앞쪽에 한 뼘이 안 되는 짧은 피부 절개를 통해 시행되게 됩니다. 대동맥을 통하여 대동맥 판막 아래쪽에 있는 근육을 잘라 폐쇄를 없애는 것이죠. 잘라내는 근육의 양은 환자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는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 입니다. 수술은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인공심폐기의 보조 하에 시행됩니다. 전체 수술 시간은 4시간가량 소요되고, 병원에 약 5-7일 가량 입원하며, 4-6주 후에는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합니다.
수술로 많은 환자들이 증상개선의 효과를 봅니다. 더욱이, 최근 연구는 급사를 줄이는데도 수술적 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에 비해 더 크다는 점을 입증해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간단한 수술은 아니며 어떤 환자가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되는지를 진단하고, 제대로 수술하는 것은 많은 경험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수술적 치료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많은 환자들이 약물치료에 의존하여 힘든 나날은 보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다른 방법이 없으니 참으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다가 오셨다는 분들이 많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따라서, 비후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약물요법을 시행하고 계신 분들 중에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약물의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경험 있는 의료기관에서 상담 받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도움말 : 중앙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